정부 R&D 지원 중단… 보톡스 연구비 확보 위해 회사 설립
보톡스 관련 법적 공방서 대웅제약·식약처에 승소… 사건 일단락
"해외 진출에 힘 쏟아 '글로벌 바이오제약 톱20 기업' 도약 이룰 것"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보톨리눔 톡신(보톡스)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완승을 거두고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보톡스 관련 소송 이슈가 일단락된 상황으로, 정 대표는 해외 매출 확대로 ‘글로벌 바이오제약 톱20 기업’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국내 1호 보톡스 박사… 교수에서 기업가로
정 대표는 보톡스와 인연이 대학때부터 시작됐다. 과학자가 꿈이었던 그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의대와 생물학과 두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했다. 부모님은 의대진학을 원했으나, 정 대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을 탐구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미생물학과를 선택했다.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세포생물학 석사,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 중 보툴리눔 톡신 연구에 매진한 그는 ‘독소에 관한 분자 생물학적 연구’라는 박사논문을 발표하며 ‘국내 1호 보톡스 박사’ 타이틀을 달았다.
학위과정을 마친 후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초빙연구원, 생명공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을 역임한 후 선문대학교 응용생물학부 부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다시 대학에 돌아가 균주 연구를 계속하던 그는 정부로부터 받던 연구 개발비 지원이 끊기자 연구비 직접 확보를 결심했다. 보툴리눔 톡신 연구에 대한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00년 보툴리눔톡신 전문 바이오벤처 메디톡스를 세우고, 학자에서 기업가로 변신했다. 메디톡스를 설립한 정 대표는 ‘글로벌 바이오제약 톱20 기업’을 기치로 내걸고 보툴리눔톡신 제품 개발을 본격화했다. 그야말로 ‘보톡스 외길 인생’이다.
◆대웅제약과 균주 도용 소송서 완승
메디톡스 창업 후 수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회사 설립 6년 후,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 톡신 제품 ‘메디톡신’ 개발에 성공했다. 제품 출시 3년 만에 보톡스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그 뒤 매년 매출액을 경신하던 중 2016년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두고 경쟁사인 대웅제약·휴젤과 공방을 벌였다. 보톡스 균주는 발견이 매우 어렵다고 알려진 물질이다. 대웅제약과 휴젤은 국내에서 균주를 채취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메디톡스의 경우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연구하는 교수가 국내에 들여온 균주를 이용해 보톡스를 만들었다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대웅제약과 휴젤은 정 대표의 주장이 근거없다며 토론을 거절했다.
균주 출처를 둘러싼 공방은 법정다툼으로 이어졌다. 2016년 11월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대웅제약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정 대표는 2016년 12월1일 보톡스균주 출처 논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균주 출처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강조하며 “보툴리눔 산업이 국가적인 기여가 돼야 하는데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사람으로서 잘못 흘러가고 있는 상황을 지켜볼 수 없었다. 심증적으로 갖고 있는 의혹이 너무 많아 공개토론회를 제안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월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는 “계통분석 결과와 간접 증거 등에 비춰볼 때 원고(메디톡스)의 균주와 피고(대웅제약)의 균주가 서로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 제기 후 6년 만이다.
법원은 대웅제약에 손해배상금 400억원 지급을 명령하고, 보툴리눔 균주도 메디톡스에게 넘기라고 했다. 1심은 메디톡스의 완승으로 끝난 셈이다. 대웅제약은 법원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한 상황이다.
◆매출 86.7% 보톡스·필러가 담당… 해외 진출 속도
메디톡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한 보톡스 관련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지난 7월6일 대전지법 행정2부는 메디톡스가 대전식약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메디톡신 제조·판매 중지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메디톡스의 청구를 인용했다.
보톡스사업 관련 이슈가 일단락되자 정 대표는 곧 바로 외형확대와 수익성 증대를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메디톡스는 최근 태국식품의약품청(TFDA)으로부터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 판매 승인을 받고 수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메디톡신 태국시장 출시를 발판 삼아 동남아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미용시장 규모가 약 63억달러(약 8조원)로 알려진 사우디에도 진출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4월 사우디 식약청(SFDA)으로부터 히알루론산 필러 ‘뉴라미스’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 현지 제품 테스트를 거쳐 지난달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뉴라미스는 메디톡신과 더불어 메디톡스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 주력 제품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가 메디톡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6.7%다. 보톡스와 필러가 회사 매출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정 대표는 CEO메시지에서 “각각의 특장점을 갖춘 3종류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 ‘이노톡스’, ‘코어톡스’를 자체 개발했다. 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히알루론산 필러 ‘뉴라미스’를 독자 기술로 개발해 새로운 파이프라인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 시장 본격 진출과 이머징 시장 직접 진출에 힘을 쏟아 글로벌 바이오제약 톱20 기업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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