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동결 발표 일주일 만에 인상 결정
인상시점 논란… 윤석열 "노골적 관권선거"

한전과 가스공사에서 내년 2분기 잇따라 요금을 인상한다. 공교롭게도 인상시점이 내년 대선 직후라는 점에서 정치적의도가 담긴 인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전과 가스공사에서 내년 2분기 잇따라 요금을 인상한다. 공교롭게도 인상시점이 내년 대선 직후라는 점에서 정치적의도가 담긴 인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정부가 내년 대선 직후 전기·도시가스 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의 적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전날 내년 적용할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인상을 발표했다. 우선 기준연료비는 4월과 10월 2회에 걸쳐 킬로와트시(kWh)당 9.8원 올린다. 환경정책 비용을 반영한 기후환경요금은 내년 4월부터 kWh당 2원 인상한다.

이에따라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지금보다 월평균 5.6% 오른 1950원을 더 내게 될 전망이다. 전기료뿐 아니라 가스요금도 내년 5월부터 1.23원 오르고, 7월과 10월 각각 1.9원과 2.3원으로 추가 인상된다.

월평균 사용량 2000메가줄(MJ)을 기준으로 현재 2만8450원에서 3만3050원으로 4600원 오르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전기 요금 동결을 발표했지만, 일주일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정부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에도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동결을 결정했다. 이는 공공요금발 물가 인상이 전방위로 퍼지면 민심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가 상황을 고려해 추후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0일 “특정 시기 인상이 몰리면 부담과 불안이 커진다”며 “공공요금을 무작정 억제하지 않고 시기를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연료비 부담으로 한국전력 등 에너지공기업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하자 더 이상 인상 억제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한전과 가스공사 측은 이번 인상 발표와 관련 급격한 국민 부담 증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협의를 거쳐 요금 조정 시기를 늦췄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전기요금 동결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고 지난해 말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며 “여기에 에너지공기업 재무구조 악화 등 인상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인상 조치로 한전은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전기료 인상 유예 조치로 올해 4조원대 적자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한전은 이번 인상으로 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고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인상 시기가 내년 3월 대선 직후라는 점에서 정치적 고려가 담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 조치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윤 후보는 28일 본인 페이스북에 “현 정부의 관권선거 계획이 또 하나 드러났다”며 “공과금을 인상해야 하는데 대선이 끝나자마자 올리겠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전과 가스공사 요금 인상 시점이 기묘하게도 모두 대선 직후”라며 “정권교체 여론이 더 커질까 두려워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어보자는 속셈”이라고 지적하고 노골적인 관권선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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