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성폭력 사건, 사측 미온적 태도 비판 목소리 고조
노조 “군대식 조직문화가 원인, 경영진 심각성 인지못해”
글로벌기업 위상 추락… 폐쇄적 사내문화 개선요구 붓물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여직원이 동료들에게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회사가 쇄신안을 내놨지만, 부족하다는 평가로 사내문화 개선에 대한 요구가 빗발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여직원이 동료들에게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회사가 쇄신안을 내놨지만, 부족하다는 평가로 사내문화 개선에 대한 요구가 빗발친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최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같은 부서 동료 4명에게 성폭력 등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여직원 A씨가 지난 23일 성폭력 혐의로 가해자들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알려졌다. 피해자는 작년 12월 가해자인 상사를 사내 감사부서에 신고까지 했으나 가해자들에 내려진 징계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고 오히려 A씨에 대한 압박과 집단 따돌림이 이어졌다. 

은폐에 급급하려는 회사와 가해자들의 이지메에 절망한 A씨는 일기장에서 "머리가 복잡하고 정신병에 걸린 것 같다....이럴거면 차라리 죽는  게 더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라고 썼다.

현재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휴직한 상태다. 포스코는 해당 부서장을 보직 해임하고 피고소인 4명은 경찰 조사가 나올 때까지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회사가 관련 사실을 인지한 이후 6개월여 동안 사건 무마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A씨는 50명이 근무하는 한 부서에서 3년 이상 일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4명의 상사와 직원으로부터 상습적인 성폭행과  성희롱을  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서 구성원 대부분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이번 사태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포스코 이지미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리더십도 금이 갔다. 비판이 쏟아지자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은 달랑 사과문을 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진정성의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포스코는 후속 조치로 성 윤리에 대한 집합교육 실시와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기관 을 통해 사내 전 임직원 인식수준 진단 등 쇄신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 정도로  여론의  비판을 피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포스코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직장 내 성폭력 사건과 관련 경영진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사건의 원인을 포스코 내 자리 잡은 ‘군대식 조직문화’에 있다고 본다.

또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 상벌을 내리고 재발 방지에 힘써야 했지만, 중간관리자들은 징계를 피하고자 사건 무마나 축소에만 전전긍긍한다”며 “모든 문제는 중간관리와 현장노동자들이 아닌 경영진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비리·윤리문제 수사에 공정성도 없고 처벌에 대한 형평성도 없는 것이 포스코의 실태”라며 “이번 사태로 글로벌기업 위상이 추락했고 이미지도 먹칠이 됐다. 최정우 회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윤리경영, ESG 경영을 강조해왔다. 그는 올해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첫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최 회장의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것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특히 포스코 내 성희롱·폭력,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등 사내 윤리경영 캠페인 은 무용지물이 됐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포스코 직원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성 범죄를 저질러도 가해자들은 안 짤리는 곳이 포스코다.” “포스코 실체가 드디어 만천하에 공개됐다." 등 다수의 비판글이 올라왔다.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의 한 직원은 “사내 성 관련 교육에 간부급 참여는 저조했고, 사실상 평사원 위주로 진행됐다”며 “사내 성폭력 사건이 공론화된 만큼 회사가 더욱 강력한 쇄신안을 통해 군대식 문화가 뿌리 뽑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성폭행 사건 여부를 알고도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드러난 이상 단순 처벌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깊숙이 뿌리내린 폐쇄적 문화를 바꿔 가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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