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보석금 5.8억 내겠다"… 몬테네그로 법원에 보석 청구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현지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씨는 지난 11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보석을 청구하며 보석금으로 각각 40만 유로(5억8000만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을 주관한 이바나 베치치 판사가 보석 허가 조건으로 주거지 제한, 법원 소환에 출석 등의 여러 조건을 열거하자 권 대표 등은 모두 동의한다고 답했다. 권 대표는 보석을 허가하면 재판이 끝날 때까지 지정된 아파트에서 지내며 도주하지 않고 재판에 충실히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보석금은 권 대표의 아내가 지불할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는 자신의 재산 규모가 한국에 아파트 1채가 있고 나머지 재산은 언론 앞에서 말하기 어렵다고 했으나 베치치 판사의 요구에 결국 아내와 공동명의로 된 40억원 규모 아파트라고 밝혔다.

권 대표는 “내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라서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분 확인 절차 때 자신의 직업을 소포트웨어 엔지니어라고 소개했다. 그의 변호인인 안젤리치는 취재진을 잠시 퇴정시킨다면 재산 규모를 설명하겠다고 했으나 거절됐다.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은 아직 보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대부분 사흘 이내에 결정이 내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권 대표 등은 올 3월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검거됐다.

권 대표는 이날 재판에서 위조 여권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나는 여권위조 혐의는 무죄라고 생각한다. 코스타리카에서 적법하게 취득한 여권을 사용했다”며 “코스타리카 정부의 입장을 듣고 싶다. 공식적으로 여권 자료를 요청해 확인하길 바란다. 그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라고 강조했다.

검사와 피고인 양측의 진술을 모두 들은 베치치 판사는 다음 달 16일 재판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권 대표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50조원 이상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