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배터리 한계극복 전고체배터리 개발 활발
주행거리 개선·위험성 낮춰 유력 대안으로 부상
국내 배터리 업계 상용화 속도… 투자·협력 강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 공대 이승우 교수진과 전고체배터리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협력한다. 사진은 이승우 교수가 개발한 고무 형태 고체전해질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 공대 이승우 교수진과 전고체배터리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협력한다. 사진은 이승우 교수가 개발한 고무 형태 고체전해질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외 배터리기업들이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전고체배터리시장이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차세대 배터리로 평가받는 전고체배터리 판매도 급증할 것이란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샌디에이고대와 공동으로 상온에서 전고체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샌디에이고대와 공동으로 상온에서 전고체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꿈의 배터리', 배터리시장 판도 흔들다

국내 배터리 삼총사는 지난해 배터리시장을 주도했던 중국의 CATL의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전고체배터리를 통해 왕좌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그간 CATL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내세워 영향력을 키워왔다.

LFP배터리는 에너지밀도는 낮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차 배터리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중국정부도 자국 기업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면서 CATL에게 힘을 실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보조금 정책이 폐지된다. 국내 배터리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이 탄력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전부터 LFP배터리의 큰 부피와 짧은 주행거리는 한계로 지적된 상황이다.

이에 전고체배터리가 LFP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전고체배터리는 전류를 흐르게 하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로 부피가 작고, 충전 시간도 현행 전기차의 3분 1 수준으로 줄어든다. 

특히 온도 변화로 인한 배터리 손상 시에도 뛰어난 안전성을 자랑한다. 이를 토대로 배터리시장에서 트렌드가 자연스럽게 전고체배터리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가장 먼저 전고체배터리 상용화를 이루는 기업이 향후 배터리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국내 배터리기업이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건 이유다. 현재 국내 배터리 3사는 해외기업과 손잡는 한편 산학연과 교류로 전고체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배터리 상용화 제품출시까지 적어도 2~3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용화 이후 2030년쯤 전고체배터리가 배터리시장에서 주류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SDI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배터리를 개발한다. 사진=삼성SDI 제공
삼성SDI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배터리를 개발한다. 사진=삼성SDI 제공

◆국내 배터리 3사, 빠른 상용화에 초점 

국내 배터리 삼총사는 전기차 성능을 높여줄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올리는 모양새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경우 당초 상용화 시점보다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월 미국 솔리드파워에 3000만달러(약 353억원)를 투자하고 공동으로 전고체배터리 개발·생산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양사 간 협력을 바탕으로 전고체배터리시장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니켈, 코발트, 망간(NCM)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회사는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 공대 이승우 교수진과 협력을 추진한다.

이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고무 형태 고분자 고체 전해질을 개발했다. 이 교수가 개발한 고체 전해질은 기존 고체 전해질의 단점으로 꼽힌 이온 전도도를 100배 향상하는 동시에 고무와 같은 신축성을 확보했다.

이온전도도는 배터리 내부에서 이온이 얼마나 잘 이동할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이온전도도가 높아지면서 리튬 이온도 빠르게 전달된다. 해당 기술을 통해 배터리 성능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 교수가 개발한 고체 전해질 기술을 도입하면 한번 충전으로 500㎞가량인 전기차 주행거리가 800㎞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보유한 기술과 이 교수의 연구성과로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9월 미국 샌디에이고대와 공동으로 상온에서 전고체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구체적인 상용화 시점도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까지 상용화를 추진하는 한편 2030년 전고체배터리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회사는 이에 맞춰 앞으로 3년간 약 6000억원의 예산을 배터리 기술 고도화에 투입한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투자해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삼성SDI도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배터리 개발을 추진한다. 한번 충전에 900㎞ 주행 가능한 전고체배터리 개발이 목표다. 회사는 전고체배터리와 관련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일본연구소 등과 연구를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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