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 또 다른 위기 찾아올 수 있어 긴장
피해 최소화하기 위한 세부적인 대응책 필요

건설업계는 올해 초부터 기준이 애매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예방하기 위해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사진=픽사베이
건설업계는 올해 초부터 기준이 애매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예방하기 위해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사진=픽사베이

건설업계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지만 분위기가 심상찮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이 맞물려 올 상반기 암울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하반기 새 정부의 규제완화 행보와 해외 수주부문 등을 보면 반등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이에 건설업계의 위기와 전망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올해 건설업계는 최악의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획했던 사업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공포의 법안으로 불리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지키기 위해 바쁜 움직임을 보였고 원자재 가격이 상상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먹구름이 짙어졌다.

◆애매모호한 규제… '사업운영 난항'

건설업계는 올해 초부터 스타트가 썩 좋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모든 건설사가 우려했던 중대재해처벌법이 올 1월27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물론 매년 소중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는 좋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처벌이 너무 강하다는 우려가 나왔고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은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법령상 불명확으로 혼란이 발생하고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도 이해를 돕기위한 해설서를 배포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실효성은 없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중대재해법 해설서 배포 당시 “법령상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혼란을 해소하기에는 구체성이 부족하다.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했음에도 한계가 명확하다”며 “특히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를 선임한 경우에도 사업대표가 처벌대상이 되는지 명확하지 않다. 애매하고 이해하기 힘든 기준이 너무나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애매하지만 강력한 중대재해법은 건설업계 운영에 큰 타격을 줬다. 다방면에서 안전예방을 위한 체계가 구축되고 관리도 강화됐지만 큰 처벌이 두려워 소극적인 사업운영이 불가피해졌다. 내집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을 위해 빠른 공급을 해야하는 건설사들이 어쩔 수 없이 속도를 늦추게 된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개개인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까지 책임자가 모두 떠맡아야 하는 중대재해법을 두려워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수많은 조항을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 현장 노동자들도 지켜야 할 사항이 많아지면서 혼란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건설업계의 전망도 악화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올 1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4.6으로 전월 대비 17.9포인트 하락했다. CBSI는 지난해 11·12월에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 1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1년5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최근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CBSI는 66.7로 전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3개월 연속 60선에 머물면서 부진이 지속됐다. CBSI는 건설사 입장에서 판단한 건설경기 지표로 100을 기준선으로 지수가 이 보다 밑돌면 현재 건설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가 3개월 이상 60선을 기록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2~5월 이후 처음”이라며 “전반적으로 기업 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일부 도시 봉쇄 조치 등으로 건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사의 사업 계획이 틀어졌다. 사진=이태구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일부 도시 봉쇄 조치 등으로 건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사의 사업 계획이 틀어졌다. 사진=이태구 기자

◆'산 넘어 산', 원자재 가격 폭등세

올해는 특히 건설업계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아졌다. 중대재해법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사업을 운영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 기존에 예상했던 원자재 가격은 폭등했고 사업계획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시멘트 가격이 평균 15% 인상됐다.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7월 시멘트 가격을 톤당 7만5000원에서 7만8800원으로 5.1% 인상했고 올해 초에도 15%가량 올렸다. 이번에 한 차례 추가 인상되면서 시멘트 가격은 톤당 10만원을 넘어섰다.

시멘트업계는 주요 원자재인 유연탄 가격 급등과 전력비, 물류비, 환경부담금,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영악화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24% 오른 화물 운임 비용과 금리인상, 환율 급등 등 악재가 겹치며 손실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상황이다.

철근 가격 오름세도 상당하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 가격은 2020년 톤당 68만원에서 올 6월 117만원까지 72% 올랐다. 철근 가격은 톤당 70만~80만원 사이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원자재 수급 대란과 중국의 수출제한조치 등으로 수급 불안이 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올 상반기 건설자재 가격 상승률은 83.3%에 달했다. 지금까지도 전쟁은 지속되는 상황이고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까지 맞물리면서 건자재 가격은 앞으로 지속 상승할 확률이 높다. 건설사들도 골머리를 앓게되는 셈이다.

건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요자들에게도 큰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건설사들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맞춰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사비 적기 반영을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으나 분양가가 오르는 것을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처럼 올해 건설업계의 분위기는 ‘빨간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올해 초부터 중대재해법 예방을 위해 바쁜 모습을 보였고 업계 여러 곳에서 파업까지 발생하면서 고민이 많아진 분위기다. 하반기에도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수 있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사업운영의 난항을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아졌다. 물론 대부분 불가피한 부분이고 어느정도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어서 다행”이라며 “하지만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맞다. 건설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고 업계를 위한 대책이 세워진다면 분위기는 금방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 상반기 대부분 건설사가 어려움을 겪은 만큼 하반기에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세부적인 대응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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