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맥주 평사원부터 광고기획·상사 등 다양한 커리어 눈길
옛 두산중공업 성장 주춧돌 마련… 고난도 함께한 중공업맨
채권단 관리 체제 졸업… 전통적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나서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이 소형모듈원전(SMR), 가스터빈, 수소연료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사업을 앞세워 두산그룹 왕조 재건을 본격화했다. 동시에 중공업 중심 사업구조 전환에 나서는 등 친환경시대를 선도한다는 각오다.

◆‘21년 역사’ 두산에너빌리티 산증인
1965년 서울 출신인 박 회장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현 그룹 회장인 박정원 회장의 동생이다. 그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OB맥주의 전신인 동양맥주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오너가지만 평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1992년 글로벌 광고기획사 맥켄에릭슨 도쿄지사에 입사해 5월 뉴욕 본사에서 근무했다. 그는1년 간 근무를 마치고 두산아메리카 코퍼레이션으로 자리를 옮기며 마침내 두산그룹에 합류했다.
그는 이후 상사와 중공업분야를 이끌며 두산이 재계서열 10위권 초반대를 유지하는 데 공헌했다. 2001년 기획조정실장, 부사장을 역임했다. 6년간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펼쳤고, 2007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듬해인 2008년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00년대 초반 박 회장 행보는 누구보다 공격적이었다. 2005년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 회사 전반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힘썼고, 두산에너빌리티와 역사를 함께한 산증인이란 평가다.
기획실장을 거쳐 부사장·사장·부회장·회장까지의 경력 전반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만들어졌다. 한 때 회사의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시절도 있었다. 2020년 초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그룹이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 받으면서다.
박 회장은 국책은행과 특별약정을 맺고 3조원이라는 대규모 긴급자금을 수혈받았다.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2년 만에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회사는 올해 4월 21년 만에 사명을 변경했다. 2001년 한국중공업에서 두산공업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다시 두산에너빌리티라는 새 이름을 달았다. 에너빌리티(Enerbility)는 에너지와 지속 가능성의 조합으로 박 회장의 지향점이 담겼다.
실제 그는 사업 체질을 기존 전통적 발전사업 중심에서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전체 52%에 해당하는 5조3000억원의 수주 목표를 4대 성장사업에 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원전 등 4대 사업 달고 새 시대 개척
박 회장이 낙점한 4대 사업은 가스터빈·수소·신재생에너지·소형모듈원전(SMR)이다. 그는 목표 달성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이에 회사는 지난해 7조3239억원 규모의 신규 일감을 확보했다. 2020년 5조5000억원 대비 늘었난 수치다.
충남 당진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등 국내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해수 담수화 플랜트, 베트남 붕앙2 석탁 화력 발전소 수주도 그가 일궈낸 성과다. 수주 성과만큼 실적도 상승세다.
금융감독원 정보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올 3분기 매출 3조9603억원, 영업이익 3146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35.2%, 영업이익은 40.8% 증가했다.
지난 3분기까지 누계 수주도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4조7901억원으로 집계뙜다.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박 회장은 SMR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2년여 동안 지속된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졸업한 그는 미래성장을 가속할 계획이다.
실적 반등과 신사업 성과에 힘입어 그는 국내외 친환경시장을 주도한다는 목표다. 최근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로 탄소중립에 관심이 높아졌다. 이는 박 회장에겐 큰 기회가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부도 원전 생태계 부활을 국정 핵심과제로 삼았다.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생산업체로서 정부 원전정책의 수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총괄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차세대 원전으로 각광 받는 SMR 관련 선두주자로 꼽힌다.
해외에서도 회사가 보유한 주기기 제작 등의 노하우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현재 박 회장은 SMR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수소, 가스터빈 등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사업 성과를 내는 데 전념 중이다. 자회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발굴과 다각화에 속도를 냈다.
박 회장으로서는 위기 극복에 이어 두 번째 검증대에 오른 셈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박 회장이 친환경 시대 대응을 위해 중점적으로 밀어붙이는 4대 성장사업이 두산그룹 왕조 재건을 앞당길 것으로 평가한다.
재계 관계자는 “발전 중심의 전통적 사업 포트폴리오로는 성장 한계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박 회장도 이를 고려했을 것”이라며 “국내는 물론 주요국에선 친환경 트렌드가 자리 잡아가는 모습으로 그가 내세운 4대 사업에 탄력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CEO투데이] 중대재해 'ZERO', 반도건설 박현일 총괄사장의 '안전경영'
- [CEO투데이] 물 오른 조좌진 대표… 롯데카드, 업계 2위권 '정조준'
- [CEO투데이] "돈슨은 옛말"… 체질 바꾸는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 [CEO투데이] 선택과 집중하는 '해결사', 정호영 LG디플 사장
- [CEO투데이] '신세계 유니버스' 속도 내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
- 尹 국정지지율 33.4%… 긍정 1.2%p↓, 부정 0.4%p↑ [리얼미터]
- [CEO투데이] 로켓배송 결실 '첫 흑자' 김범석 쿠팡 의장
- [CEO투데이] '미다스의 손' 송재준 컴투스 대표의 선택… "또 적중했다"
- [CEO투데이] '종가김치' 세계화 이끄는 임정배 대상 대표
- 굴뚝산업 두산 박지원 부회장, MWC 찾는다… 무슨일?
- 미국서 두삽밥캣 챙긴 박정원 두산 회장 "과감한 투자로 미래시장 선점하자“
- 벌써 5세 경영 준비?… 박정원 회장 장남 박상수 ㈜두산 입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