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가리지 않고 능력 키운 '스타 경영자', 기대감↑
부영그룹 '이미지 쇄신·실적개선' 등이 숙제
해외진출 관측도 나와… "그룹 성장 도움될 적임자"

이희범 부영그룹 신임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해낼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부영그룹 제공
이희범 부영그룹 신임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해낼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부영그룹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이희범 부영그룹  회장은 스타 경영자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10년 동안 최고경영자(CEO) 10명을 교체한 부영그룹인 만큼 이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을 이끌고 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많은 숙제를 안게 됐다. 침체기에 빠진 부동산시장 영향으로 건설업계의 전망은 어둡다. 부영그룹도 마찬가지다.

최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고 추락한 부영그룹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산업부장관 출신, 경험으로 위기 넘는다

이 회장의 가장 큰 강점은 ‘경험’이다. 그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커리어를 쌓았다. 제12회 행정고시에 수석 합격해 공직에 몸을 담았고 한국생산성본부 회장과 한국무역협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장, STX 중공업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제3대 산업자원부 차관과 제 8대 산업자원부 장관도 핵심 커리어로 꼽힌다.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된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간단한 직책이 아닌 각 회사의 장을 맡은 것을 고려하면 그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할 만 하다. 전분야를 거치며 쌓아둔 인맥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부영그룹의 CEO 자리는 위태로운 것이 사실이다. 부영그룹은 최근 10년간 10명의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4년8개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신명호 회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임기가 그렇게 길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회장도 스스로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영그룹의 상황이 좋지않기 때문에 더 그렇다. 부영그룹은 2020년 매출 2조4559억원, 영업이익 2280억원을 기록했지만 2021년 매출이 1조6744억원, 영업이익은 486억원으로 각각 31.8%, 78.6% 줄었다. 지난해 건설사 대부분이 타격을 입은 것을 고려하면 부영그룹도 호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회장이 꼭 풀어야할 숙제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이미지쇄신’이다. 부영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은 높은 임대료와 부실시공 논란 등으로 인식이 좋지 않다. 특히 그룹 총수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행보도 큰 짐이었다.

이중근 회장은 2020년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로 줄었다. 그는 4300억원에 달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기소됐다. 1억원의 벌금형도 받았다. 이중근 회장은 2021년 광복절 가석방으로 출소했지만 그룹이 받은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경험으로는 대한민국 넘버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희범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이 위기를 헤쳐나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만약 이미지 반전을 이루고 부진한 실적을 개선시킨다면 직전 신명호 회장의 임기를 넘어 연임까지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왼쪽에서 세 번째) 이희범 부영그룹 회장 및 관계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부영그룹 제공
(왼쪽에서 세 번째) 이희범 부영그룹 회장 및 관계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부영그룹 제공

◆ 사회공헌활동 '주목', 해외진출 관측도 나와

이 회장의 어깨가 무겁지만 기회는 있다.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시키기 위해 꾸준히 펼처왔던 부영그룹의 사회공헌활동은 분명히 큰 힘이 될 것이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필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부영그룹은 국내외 다양한 분양에서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이중근 회장의 경영방침 아래 장학사업과 교육·문화기설 기증, 박람회 개최 후원, 올바른 역사 알리기, 노인복지 향상, 군부대 지원, 임대료 없는 어린이집, 재난·재해 성금 기탁 등 현재까지 1조원이 넘는 비용을 사회에 기부했다.

올해에도 이중근 회장이 설립한 우정교육문화재단을 통해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83명에게 1학기 장학금 3억3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일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시에 학생들을 위한 버스 200대를 기증했다.

주택사업도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부영그룹은 사업 시작 이후 아파트 개발에 열중한 결과 전국에 30만 가구에 달하는 단지를 공급했다. 이 중 임대아파트는 23만가구에 이른다. 민간 임대아파트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꾸준히 유지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부영그룹은 대표 지원사업인 ‘부영 사랑으로 어린이집’을 활용해 신뢰성을 높이는 모습이다. 부영 임대아파트 내에 위치한 임대료 없는 어린이집은 임대료를 면제해주고 면제된 임대료는 어린이들의 행사비와 견학비, 교재비, 특별활동비 등에 사용된다.

이처럼 가장 큰 숙제인 이미지 쇄신을 위한 길은 어느정도 닦여진 상태다. 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지원하는 것 만큼 이미지 회복을 위한 좋은 방법은 없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며 무주택자들이 내집을 마련하도록 ‘주거사다리’ 역할을 꾸준히 해 온 부영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해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대내외적 경제 불안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모은다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선임으로 부영그룹이 해외진출의 초석을 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주택시장은 아직까지 불안한 분위기여서 일부 건설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부영그룹도 라오스와 캄보디아 등 과거부터 조금씩 해외시장을 공략했고 탄탄한 인맥을 보유한 이 회장이 새로운 도전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은 풍부한 경험과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이해도를 갖추고 있다”며 “그룹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 회장직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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