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대 실적 이후, ‘미래사업’ 투자 강화
친환경사업 발굴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
기업가치향상, 지속가능성장 발판 마련 초점

친환경이 아닌 필(必)환경시대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의 한해를 보냈다. 러시아-우크라이너 전쟁은 에너지 대란을 유발하며, 유가 및 정제마진을 자극했고,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기업들은 그간 벌어들인 수익으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쏟는다. 국내 정유 4사에 공통된 목표는 ‘탈석유’다. 국제적인 친환경, 탄소중립 기조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속가능한 사업에 적극 투자하는 정유사들의 미래먹거리 발굴 모습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신사업 강화로 정유사업 비중 줄이기에 나선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관련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등 이른바 ‘그린’ 성장전략을 내세웠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도 올해 사업 포트폴리오 관련 그린으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동시에 가시적 성과를 통한 기업가치를 향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글로벌 포럼’에서 친환경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구축 방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글로벌 포럼’에서 친환경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구축 방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카본 투 그린'… 포트폴리오 전환 ‘가속페달’

특히 그는 올 타임 넷제로(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를 화두로 언급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이를 SK이노베이션만의 차별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라고 설명하면서 “세상과 약속이라는 점에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지만, 이것이 곧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라고 여기고 실행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의 주문이 떨어지자 각 계열사 수장들은 본격적인 실행에 나섰다. 회사창립 100주년이 되는 2062년에 이후 직접 탄소 배출량 4억8000만톤 수준의 글로벌 탄소감축 달성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으로 전면 전환한다는 목표다. 

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계열 모든 회사가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탄소감축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방법론을 개발 중”이라며 “플라스틱 리사이클, 폐배터리 재활용(BMR) 등 친환경사업과 제품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신사업에 박차를 가한 직접적 배경에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통한 실적 변동성 극복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도 녹아 있다. 실제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수요 약화 우려가 커지는 등 정제마진은 널뛰기하는 상황이다. 

주요 경영진은 이처럼 실적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 현장에서 카본 투 그린을 향한 의미 있는 성과들이 창출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실질적인 행동과 성과를 지속 창출할 방안을 모색했다.

SK이노베이션이 가장 중점 공들이는 분야는 전기 중심 사회로의 전환(Electrification)을 위한 청정에너지 생산, 리사이클 밸류체인 완성을 비롯한 폐배터리 재활용사업 확장 등을 통한 뉴 그린 포트폴리오 구축이다.

당시 김우경 SK이노베이션 PR담당(부사장)은 “치열한 글로벌 기술 경쟁이 펼쳐지는 미국 CES에서 미래 기술을 확인하고 성장전략을 모색한 것의 의미가 크다”며 “회사는 친환경사업 혁신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 각 계열사도 목표치를 설정해 친환경회사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각 계열사도 목표치를 설정해 친환경회사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배터리 등 신사업 확장으로 탄소감축 기여” 

SK에너지는 이에 맞춰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라는 미래형 주유소를 확대하는 한편 친환경 전기와 수소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연료전지 시스템인 '트라이젠'을 기반으로 하는 온사이트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확대될 경우 도심 속 주유소에서 연료전지나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해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고, 인근 배전망과 필요한 곳에도 공급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 자회사 SK어스온도 탄소중립 회사로 거듭난다는 포부를 밝혔다.

회사는 탄소감축을 위해 원유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고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지중에 영구 저장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이미 중국 17/03 광구에는 발전기 배기가스의 폐열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설계를 반영했으며,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30%가량 줄일 계획이다. 

이처럼 전사 차원에서 친환경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의 연간 매출의 75% 이상은 여전히 석유 관련 사업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와 소재 등 미래성장 사업의 외연 확장이 지체되면서다.

석유 개발사업은 주춤했지만, 흑자는 이어진 가운데 작년 배터리사업을 담당하는 SK온은 고전했다. 영업손실이 2566억원으로 전분기의 두 배가량으로 늘어나는 등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회사는 수익성 개선 등을 위해 배터리사업에 7조원을 투입할 방침으로 수율 개선과 생산능력 확충에 초점을 맞췄다. 전기차시장 급성장에 따른 배터리 수요 증가 추세에 근거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이외에도 신사업 부문에만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다. 각 자회사가 설정한 목표점에 따라 사업구조 전환이 빨라지는 등 전체 매출 중 정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 탈정유 전략에 대해 “더는 정유사업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없다는 판단 등이 작용해 기업들이 신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 정유업계의 경우 탈정유를 통해 국제사회 요구를 충족하고 다가올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경쟁력 확보에 속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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