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단, 해결 기미 안보여 타워크레인 조기 해체
재설치까지 최장 6개월 소요… 분양일정 '불투명'
현재 공정률 52%, 투입된 공사비만 1조7000억원
조합 측 보증연장 거부, 금융부분 부담 증가 전망

둔촌주공 건설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이 조기 철거 절차를 밟는다. 사진=이태구 기자
둔촌주공 건설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이 조기 철거 절차를 밟는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단군 이래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공사비 증액 문제로 시작됐던 갈등은 시공사업단이 현장 타워크레인 철거까지 강행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양측 모두 엄청난 출혈을 감수해야 할수도 있다.

◆타워크레인 조기 해체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사업현장에 배치된 타워크레인 해체작업을 실시했다. 당초 6월부터 해체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타워크레인 대여가 이달 말 만료되기 때문에 조기해체를 결정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역대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이다.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갈등은 점차 심화되는 모습이다. 현재 조합은 지난해 6월 이전 조합이 체결한 공사비(3조2000억원)로 발생한 5200억원 증액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비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고수한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적법한 계약으로 체결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2020년 의결에서 기존 1만1106가구였던 세대수를 1만2032세대로 늘리면서 설계가 변경됐고 이에 자재비 등 추가 비용이 반영돼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자 결국 시공사업단은 지난달 15일부터 공사현장의 모든 인력과 장비를 철수시키는 등 사업을 중단했다. 공사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으나 아직까지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타워크레인 조기 해체수순을 밟았다.

시공사업단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업단은 현재 설치된 타워크레인 등 중장비 운영과 담당 인력에 지급하는 인건비 등으로 매월 150억~200억원을 사용했다. 시공사업단은 다음 달부터 공사장 전역에 배치된 타워크레인 57대를 순차적으로 철수시킬 계획이다.

철거된 타워크레인을 재설치 땐 최장 6개월이 소요된다. 이에 2023년 8월 예정이었던 입주시기는 더욱 미뤄질 전망이다. 서울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으나 해결하지 못했고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졌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안갯속으로 빠지면서 조합과 시공사업단 모두 적지 않은 손해를 볼 전망이다. 사진=이태구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안갯속으로 빠지면서 조합과 시공사업단 모두 적지 않은 손해를 볼 전망이다. 사진=이태구 기자

◆시공단-조합 엄청난 출혈 예고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면서 시공사업단과 조합 모두 출혈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무산되면 목표로 설정했던 분양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현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공정률은 52%로 절반 이상 공사가 진행된 상태였다. 아울러 사업단이 2020년 말 착공 이후 현재까지 투입한 공사비는 1조7000억원에 달한다. 공사를 진행한 시간과 금액을 고려하면 이들의 분양실적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의 피해도 크다. 시공사업단은 최근 조합에 대한 사업비 대출 보증연장을 거부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조합은 2017년 시공단의 연대 보증으로 NH농협은행 등 금융사 24곳으로 구성된 대주단에 사업비 7000억원을 빌렸다. 대출 만기(8월)까지 돈을 갚을 수 없게 된 조합은 대주단에 대출 연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조합이 먼저 건설사와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대출 연장이 무산되면 일단 시공사업단이 돈을 대신 갚아주고 조합에 원금과 연체이자 등 비용을 청구할 전망이다. 결국 조합원들의 금융비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갈등이 지속돼 협상이 무산되면 시공사업단은 대위변제 후 구상권 청구를 할 수 있다. 시공단이 대위변제를 할 경우 조합이 대출을 즉시 상환하지 않아도 되지만 채무자로 남게 된다. 아울러 공사일정이 늦춰지면 사업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합의를 찾더라도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조합은 올 3월 공사비 증액 무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전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만약 소송전이 길어지고 갈등이 지속되면 결국 손해는 조합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물론 시공사업단도 비슷한 비용을 지불할 것으로 보이나 대형건설사들이 모인 사업단이기 때문에 비교적 손해 규모가 적다.

둔촌주공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현재 상황을 보면 조합이 더 큰 손해를 볼 것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 사업비 대출금 관련 보증도 무산되면 조합원 1인당 1억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 조합이 사업비와 이주비 등 각종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경매처분까지 당할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미 시공사업단 측에서 타워크레인을 철거해 돌이킬 수 없다. 조합 측도 의견을 고수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갈등은 쉽게 끝날것 같지 않다. 결국 양측 모두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합의점을 빨리 찾는 것이 양측 모두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상황이 지연될수록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 서울시가 적극 개입해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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