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개가 넘는 공정이 투입돼 나온 제품, 제값 못받아"
"경영진으로서 책임감 느껴… 지독한 사이클 막아야"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반도체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반도체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주주총회에서 반도체의 어두운 분위기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박 회장은 지난 29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1년에 20조원 넘는 투자를 하고 6개월 동안 600개가 넘는 공정이 투입돼 나온 제품이 센트(cent)에 팔리는 상황”이라며 “메모리업계의 지독한 사이클을 막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대해 경영진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매년 20조 원 가까운 설비투자를 하고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지는 현상이 답답하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1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올해는 예상 영업적자가 10조원에 달한다.

주총에서 한 주주는 “회사가 A100에 공급한 고대역 메모리(HBM)은 200만달러 미만”이라며 “그런데 엔비디아가 판매하는 것은 1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메모리 제조사가 가격 결정권을 쥐기 쉽지 않은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부회장은 “D램 3사가 설비투자 확대를 따라가지 말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소용이 없다”며 “D램 3사가 엄청난 공급을 하는 상황에서 계속 게임을 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가격의 속도가 빨리 내려가는 과정을 겪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가격 형성에 기초한 여러가지 고객과의 인증 과정에서 2년 넘는 기간에 걸쳐 원가, 가격에 대한 밴드위스를 정하는 중”이라며 “D램 70%를 공급하는 메모리 회사가 있는 나라 경제상황에서 봤을 때 이런 사이클이 생기는 것을 막아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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