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사업 담당 브랜드사업부 분사하는 안건 가결
신설 법인 사명 'DB팹리스', 분할 예정 기준일 올 5월 2일
최창식 부회장 "100% 자회사 체제로 유지, IPO 계획 없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DB하이텍 제공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DB하이텍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사업(팹리스)을 자회사로 떼어내고 순수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으로 새 출발을 알린 가운데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신설 법인 상장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DB하이텍은 지난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반도체 설계사업을 담당하는 브랜드사업부를 분사하는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파운드리와 팹리스를 병행하면서 생긴 고객과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고 파운드리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물적분할로 분사되는 신설 법인 사명은 DB팹리스, 분할 기준일은 5월 2일이다. DB팹리스는 첨단 디스플레이 설계 전문회사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번에 열린 주총에서는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많은 질문과 제안을 쏟아냈다.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회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DB하이텍은 물적분할 이후 5년 안에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모회사 정관에 명시하겠다고 발표했다. 5년이 지난 뒤 상장을 추진할 때도 모회사 주총 특별 결의 의무화 조항을 자회사 정관에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파운드리는 고객 상충 이슈를 해소해 거래선과 제품군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브랜드(사업부)는 전문 경영인 영입과 독자 경영체제 구축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말 물적분할을 추진하려다 소액주주들이 반대해 무산됐다. 주주들은 이 업체가 지난해 물적분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놓고 번복한 점을 언급하며 신뢰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5년 이후 팹리스 자회사를 상장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 부회장은 “DB하이텍에서 브랜드사업부를 물적분할해 기업공개(IPO)를 할 계획이 없다. 브랜드 사업을 물적분할 후 100% 자회사 체제로 유지할 것”이라며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하고 상장한 것과 우린 굉장히 다르다. 사업분할은 순수하게 양쪽 회사가 최대한의 속도로 걸림돌 없이 발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모든 주주분들의 의견을 겸허히 새겨듣고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파운드리와 팹리스 각각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 세계적인 시스템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라는 주주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명심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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