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후 3년 동안 매출 제로… 1조 클럽 가입시킨 성공신화
코로나19 사태 진정되자 1조 달성 실패… 올해 녹록치 않아
비코로나 제품 집중… 업계 "2분기부터 실적성장 확인가능"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씨젠을 국내 대표 진단기업으로 성장시킨 천종윤 대표가 비(非)코로나19 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회복에 나선다. 코로나19 제품 의존도를 낮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에 들어서면서 지난해 매출 1조원 달성에 실패한 씨젠은 올해도 녹록치 않은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업계는 씨젠의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40% 가까이 줄어든 52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로나 진단시약 개발로 1년 만에 매출 9배↑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천 대표는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곧바로 진단시약 개발에 착수했다.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그는 2주 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시약 개발에 성공했다.
2020년 초 국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질병관리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2주 뒤인 2월12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모든 게 속전속결이었다. 코로나19 진단시약 전 세계 공급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을 두드린 그는 같은 해 4월22일 FDA 승인도 획득했다.
천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2020년 3월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2020년 6월 전 세계 일일 확진자 수는 1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 신규 확진자 수가 80만명대를 기록하며 코로나19 환자가 쏟아졌다.
글로벌 수요가 폭발하면서 주문은 물밀듯이 들어왔다. 2019년 1220억원 수준이었던 회사 매출은 약 9배가 늘면서 2020년 1조1252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천 대표는 창업 초기 3년 동안 매출이 제로였던 회사를 매출 1조 기업으로 만들어내며 바이오벤처 성공신화로 불렸다.
◆지난해 4분기, 비코로나 매출 비중 크게 증가
지난해 초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급격히 줄면서 천 대표는 고심에 빠졌다. 엔데믹이 가까워 오면서 회사 매출도 줄어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젠은 지난해 매출 8535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1조원 돌파 후 2021년 1조3708억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으나, 3년 만에 1조클럽에서 제외됐다.
코로나19 등 진단시약 수요 감소 영향이 컸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 제품을 포함한 분자진단 시약 매출이 1조1143억원으로 진단시약으로만 1조원 넘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관련 매출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분자진단 시약 매출은 6908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씨젠 매출 구조를 보면 코로나19 검사를 포함한 분자진단 시약 관련 제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가 넘는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제품 매출은 2020년 8000억원, 2021년 9000억원, 2022년 5000억원으로 분자진단 시약 관련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코로나19 제품이 씨젠을 이끈 셈이다.
천 대표는 매출 하락세를 막기 위한 카드로 비코로나 매출 확대를 선택했다. 호흡기질환(RV), 소화기감염증(GI),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성매개감염증(STI) 등 제품 판매를 늘리면서 코로나19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최근에는 백신전문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와 아시아·아프리카 8개국에서 약 5만명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등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를 진행하는 글로벌 HPV 공동 연구에 참여하는 등 움직임이 분주하다.
비코로나 제품 매출은 성장세다. 지난해 4분기에는 522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전분기 대비 23%,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에는 시약 매출 중 비코로나 제품 비중이 53%, 코로나 제품이 47%로 코로나19 발생 후 처음으로 비코로나 매출이 코로나 매출을 넘어섰다.
업계도 비코로나 제품 매출이 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한송협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외를 중심으로 비코로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지난해 2분기부터 매출이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여 올해 2분기부터 실적 성장 확인이 가능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아내면서 씨젠을 국내 대표 진단기업으로 성장시킨 천 대표가 엔데믹 후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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