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 인정받는 '전략·재무 전문가', 회사 내 신뢰 급상승
틈새시장 공략해 수익성 개선… 코로나19 직격탄 위기 극복
일본 노선 시장점유율 업계 1위로 성장… "선견지명 통했다"
지금보다 더 높은 도약 위해 중단거리 핵심 노선 집중 계획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FSC를 위협할 만큼 몸집을 키우며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제공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FSC를 위협할 만큼 몸집을 키우며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생존이 위협받을 때 위기탈출 능력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폭탄을 맞은 제주항공의 정상화를 이끌었고 회사 내부에서 높은 신뢰를 받는 최고경영자(CEO)로 거듭났다.

김 대표는 발빠른 대응과 침착한 경영을 추구하기로 유명하다. 틈새시장을 공략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했고 결국 대형항공사(FSC)를 위협할 만큼 몸집을 키웠다. 일본 노선 확대를 중심으로 중단거리 전문 항공사로 키우겠다는 그의 포부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제주항공의 돌풍을 어디까지 이끌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위기를 기회로" 수익성 개선 '총력'

김 대표는 1965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했다. 그는 기획관리실을 거쳐 전략경영팀장, 미주지역본부 본부장, 경영관리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한 뒤 2020년 제주항공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항공외길을 걸은 김 대표는 현재 업계에서 인정받는 ‘전략·재무 전문가’로 성장했다. 아시아나항공 재직 시절 김 대표는 노선 수익성 점검, 임금 협상 등 회사 살림과 관련한 핵심 업무를 주로 맡았다. 미주지역에서 근무할 때는 뉴욕 노선을 신규 취항하는 성과를 냈다.

그는 취임 후 주요 과제로 꼽혔던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 임직원의 일터를 지키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장 직원 격려에 나서며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서의 임원 경력과 등기이사로 경영에도 참여했던 그는 업계에서 FSC와 LCC 경험을 두루 갖춘 경영 전문가로 불린다. 제주항공은 다른 항공사보다도 코로나19로 발생한 손해가 막심했다.

제주항공은 2019년 2분기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 때 부채비율이 800%에 육박할 만큼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김 대표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한 자본확충에도 힘을 쏟았고 재무 정상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액이 전년 동기(879억원)보다 241% 증가한 2994억원을 기록하며 1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은 174억원으로 539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당시 김 대표가 선택한 ‘일본노선 공급 확대’가 분위기 반전 요소로 꼽힌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일본 무비자 입국 재개와 동시에 도쿄(나리타), 오사카, 후쿠오카 등 주요 한~일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지난해 10월~11월에는 2개월 동안 주 178회 일본 노선을 운항하며 34만4181명을 수송해 한일 노선을 운항하는 국적 항공사 중 수송객 수 1위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전체 일본 수송객 386만명 중 84만명을 실어날랐다. 시장점유율도 22%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의 ‘선견지명’에 힘입어 제주항공은 올 1분기 영업이익 707억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이다. 매출액(4223억원)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 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재개된 일본 무비자 입국으로 실적 반등이 가속화됐다”며 “유가나 환율 등 불확실한 경기전망이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원가경쟁력과 기재 확보를 통한 기단 경쟁력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제주항공을 중단거리 전문 항공사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회사를 운영할 계획이다. 사진=제주항공 제공
김 대표는 제주항공을 중단거리 전문 항공사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회사를 운영할 계획이다. 사진=제주항공 제공

◆중단거리 전문 항공사 '도전장'

김 대표의 가장 큰 꿈은 제주항공을 중단거리 전문 항공사로 키우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올 1분기 국제선 1만25편, 국내선 6968편을 운항해 2019년 같은 기간 국제선 1만3003편, 국내선 6348편과 비교할 때 각각 77%, 110%를 회복했다. 평균 탑승률은 94%로 2019년 1분기 91%를 넘어섰다.

김 대표는 LCC 항공사의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김 대표는 어떤 형태의 보고를 받아도 바로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고 판단하는 부분이 뛰어났던 것으로 평가된다.

무리한 판단보다는 안정적이고 기본을 충실히 다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것도 아니다. 김 대표는 설립 이후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대표 관광지인 마나도와 바탐에 관광목적의 전세기를 운항해 반응을 살펴보고 정기편 운영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성수기 몽골 노선 운수권을 주 8회(인천~울란바토르 5회, 부산~울란바토르 3회) 확보한 상태로 국적 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은 운수권을 가진 상태다. 김 대표는 다수의 운항을 통해 고객에게 일정을 유연하게 잡을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할 방침이다.

중단거리 노선을 위주로 국제선을 재운항하면서 신규 노선 취항이 가능한 지역을 검토하고 더 많은 항공기를 띄우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올 4월부터는 인천~호찌민, 인천~하노이 노선 등 베트남 노선 2곳의 주 7회 운항을 시작하면서 베트남 노선 운항도 확대했다.

김 대표의 제주항공(여객수 139만8969명)이 친정인 아시아나항공(여객수 138만9709명)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만큼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커진다. 최근에는 중단거리 노선 확대뿐만 아니라 화물사업에도 관심을 갖는다.

국내 LCC 중 화물 전용기(B737-800BCF)를 보유한 항공사는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제주항공은 현재 항공기 1대와 총 37대의 여객기를 보유한 상태다. 올해 안에 화물기 1대와 여객기 3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추가 화물기는 올 하반기 본격 투입된다.

지난해 22톤 규모의 화물기를 도입한 제주항공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상승한 항공 화물 운임 덕분에 지난해 화물사업에서 20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최근에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리튬 배터리 항공운송 인증 자격을 취득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이전 제주항공의 성장을 이끈 중단거리 핵심 노선에 대한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기초를 다시 다지는 것이 미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은 살리고 잘하는 부분을 선택해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기침체와 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는 단거리 노선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힘차게 도약하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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