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적발된 국내기술 해외유출 93건, 반도체만 24건
중국 기술탈취 빈번… 3년간 76건 유출돼, 전체의 70%
'솜방망이 처벌' 지적… "형벌 강화해야 유출 줄어들 것"

중국의 기술탈취가 산업계를 괴롭히면서 위기가 커지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중국의 기술탈취가 산업계를 괴롭히면서 위기가 커지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중국의 기술탈취가 산업계를 위협한다.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반도체는 물론 조선과 자동차, 디스플레이까지 침투하며 우려가 커진다.

13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적발한 국내 산업 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93건이다. 이 중 24건은 반도체, 나머지 69건은 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정보기술(IT)·자동차·조선 등이다. 해당 기간 사업기술 해외유출을 막은 피해예방액은 25조원에 달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외로 나간 국가 핵심 기술 수는 2018년 22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82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중국의 기술탈취가 빈번히 일어난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다 2014년 퇴사한 직원은 중국 조선소에 선체조립 공정기술을 유출해 2016년 검거됐다.

한 정밀 소재 업체에서 20년 이상 일하던 직원은 중국 경쟁 업체로 이직하면서 영업 비밀인 기판 유리 설계 도면을 빼내다 검거돼 지난해 11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021년에는 LG디스플레이 직원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계도 등 기밀자료를 중국과 거래하려던 사실이 적발됐다.

2015년 현대차·기아의 설계 도면을 비롯한 영업 비밀 130여건이 중국 자동차 업체의 설계를 맡은 국내 기업에 넘어간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해당 자료들이 중국 기업의 신차 개발에 사용됐다면 피해액이 3년간 7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추산도 나왔다. 

최근 3년간 중국으로 유출된 기술은 26건으로 전체의 70%가 넘는다. 중국은 거액의 연봉을 미끼로 국내 기술 탈취를 위한 산업 스파이를 찾는다. 미·중 공급망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 기술 유출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기술유출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처벌을 강화해야 기술유출이 조금이나마 완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형사 사건 33건 중 무죄나 집행유예 비중은 87%가 넘는다.

미국이 국가전략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 적발되면 징역 30년형 이상이 가능한 간첩죄 수준으로 강력히 처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만도 지난해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경제·산업 분야 기술 유출도 간첩행위에 포함시킨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처벌 수준은 너무나 관대하다.

산업 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에 유출 시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다. 그 외 산업기술 유출 시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노력으로 발전시킨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특히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은 과거부터 꾸준히 언급됐다”며 “솜방망이 처벌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로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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