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10년간 슬롯·운수권 이전" 조건 걸어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국제선과 국내선 중복노선에서 경쟁 제한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국제선과 국내선 중복노선에서 경쟁 제한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공정위는 22일 양사의 합병과 관련 국제선과 국내선 중복노선에서 경쟁 제한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두 회사의 결합 후 회사가 보유·사용 중인 슬롯과 운수권을 이전하는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월 두 기업 간 기업결합 신청을 받고, 여객·화물분야 경제분석을 실시하는 등 고심 끝에 경쟁제한성이 있는 국제선과 국내선에서 국내공항 슬롯의 반납을 의무화했다.

또한 두 기업이 결합한 뒤 각 노선에 대한 운임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2019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을 제한했다. 아울러 공급 좌석 수 축소 금지, 좌석 간격‧무료수하물 등 현행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도록 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의 주식 취득을 완료하는 날로부터 10년간 구조적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공식입장을 통해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해외지역 경쟁당국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납할 슬롯과 운수권 개수 상한은 노선별 점유율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공정위는 운수권 이전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신규 항공사의 진입 신청 시점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협의로 결정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건부 승인을 통해 동남아·중국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 슬롯·운수권 재배분이 이뤄져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시정조치안에 포함된 구조적 조치는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투자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항공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을 조기 해소하고 양사 통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차단했다”며 “우리나라 항공운송 시장의 경쟁시스템이 유지·강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후 해외 경쟁당국 심사 결과를 반영해 시정조치 내용을 보완·수정하고, 전원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두 기업 간 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을 내리면서 해외 경쟁당국 심사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결합을 승인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한 싱가포르, 베트남 등 9개국으로 늘었다. 현재 미국, 영국, 호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6개국의 심사를 남겨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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