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건설사 해외사업 수주액, 15조7118억원
러시아·우크라 전쟁,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
하반기 키워드 '오일머니' , 인프라 확충해 실적 개선
현대건설·삼성엔지니어링 등 중동 시장 투자 '정조준'

국내 건설사들이 올 상반기 해외수주 부문에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픽사베이
국내 건설사들이 올 상반기 해외수주 부문에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올 상반기 국내 건설업계 해외 건설 수주액이 줄어들면서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하반기 해외수주 실적 전망도 그렇게 밝아 보이지는 않지만 건설사들은 유가상승을 기회로 삼아 중동지역에서 반등을 꾀할 계획이다.

◆해외실적 '부진', 다양한 하방압력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주요 건설사들의 올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20조5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9조4963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은 국내에서 호실적을 거뒀으나 해외에서는 정반대의 성적을 기록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수주액은 120억3972만달러(15조7118억원)이다. 지난해 동기(147억4677만달러·19조2445억원) 대비 18% 급감한 수치다. 수주 건수(274건)는 지난해 상반기(245)건보다 12% 늘었으나 수주액은 감소했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핵심 지역인 중동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올 상반기 중동지역 수주액은 전년 동기(41억2753만달러)의 68% 수준인 28억583만달러에 그쳤다. 아울러 태평양·북미 지역은 지난해(15억1167만달러) 12% 수준인 1억7889만달러 밖에 수주하지 못했다. 중남미 지역도 전년 대비 35% 수준(1억8099만달러)만 수주에 성공했다.

다만 아시아지역와 유럽에서는 선방했다. 올 상반기 아시아지역 수주액은 67억3403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64억6442만달러)보다 늘었다. 유럽(19억789만달러)에서도 지난해(19억9444만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아프리카(2억3208만달러)에서는 전년 동기(1억2571만달러)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전체적인 수주액은 크게 감소했고 실적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건설사들이 해외수주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가장 큰 이유는 10억달러 이상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 실패가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공사 규모 10억달러 이상 대형 수주를 성공한 곳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유일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2월 러시아에서 11억4260만달러 규모 발틱 화학 플랜트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의 주요 해외건설사업 무대인 중동 국가에서 발주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연초 주요 공사 계약에 성공하며 호조세를 보였으나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사우디아라비아 압둘카림 알감디 아람코 부사장이 협약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제공
(왼쪽부터)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과 사우디아라비아 압둘카림 알감디 아람코 부사장이 협약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제공

◆하반기 분위기 반전 키는 '오일머니'

이처럼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우려도 커진다. 점차 해외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건설사들은 실패했던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확충시키고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가가 상승하면서 자금력이 생긴 중동국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 상반기 두바이유 가격은 평균 101.8달러로 지난해 상반기(63.5달러)보다 60.3% 뛰었다.

이에 중동국가들은 공격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중동 최대 발주처 중 한 곳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보다 30% 이상 늘린 최대 500억달러로 설정했다. UAE 국영 석유회사인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도 올해부터 2026년까지 127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실제로 주요 건설사들은 중동지역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지난 5일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사업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현대건설은 협약체결로 ‘RTCC(현지 협력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아람코에서 발주하는 신사업 수의계약에 나서 본격적으로 해외 수주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지난 5일 아람코에서 추진하는 나맷의 파트너 기업에 최종 선정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 협력사 ‘ARPIC’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기술 전수와 교육뿐만 아니라 현지 인력고용, 현지 협력업체 활용 등을 통해 사우디산업에 기여할 방침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이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활발한 중동지역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상황”이라며 “중동에서 진행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한다면 하반기에는 큰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경쟁력을 키워야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동은 해외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선제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현지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며 “확실히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더욱 반등할만 하다. 중동 지역 주요 사업현황을 파악하고 인프라 확충에 따른 공격적 수주를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