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물적체 심화… 전월세시장도 매물 '급증'
윤석열 정부, 2027년까지 270만호 공급 폭탄 예고
미분양 우려↑…"매수세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
기준금리 인상 속도 가속… "가격 약세장 이어진다"

최근 부동산시장 모든 지표가 얼어붙으면서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이태구 기자
최근 부동산시장 모든 지표가 얼어붙으면서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최근 한국은행의 잇따른 금리인상과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부동산시장 한파가 지속되는 분위기다.

거래절벽 현상도 심화되는 가운데 공급폭탄이 예고되면서 집값 하락세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매물적체 심화, 매수심리는 '뚝뚝'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395건(6일 기준)이다. 아직 등록 신고 기한이 남아 매매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지만 올 2월 기록했던 역대 최저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올 6월 1079건에서 7월 639건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지속되는 추세다.

전월세시장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25일 기준)은 총 5만5114건으로 전월 대비 8.0% 증가했다. 이는 임대차 2법 시행 직후인 2년 전(2만9295건)보다 88.1% 늘어난 수치다. 순수 전세물건은 2년 전(1만5828건)에서 현재 2배가 넘는 3만449건으로 118% 많아졌다.

부동산시장 한파가 지속되면서 매수심리도 극도로 위축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1.8로 지난주(82.9)보다 1.1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9년 7월1일(80.3)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올 5월9일 이후 17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 미만은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보다 팔려고 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추가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로 거래 심리가 위축됐다”며 “급매물 위주로 간헐적 거래가 시세로 인식되는 상황이 지속되며 아파트값 하락폭이 확대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이 얼어붙는 가장 큰 이유는 한은의 잇따른 금리인상이 꼽힌다. 한은은 올 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지난달에는 누적된 가계부채의 부실화와 경기둔화 리스크를 고려해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0.25%포인트를 더 높였다.

치솟는 환율도 금리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했다. 지난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에는 1340.2원까지 뛰어오르며 2009년 이후 약 13년 만에 1340원을 넘어섰다.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높아 부동산시장 침체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공급폭탄까지 예고되면서 매매가격 하락세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태구 기자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공급폭탄까지 예고되면서 매매가격 하락세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태구 기자

◆공급폭탄 속 집값 하락 지속 전망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매물이 쌓이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총 270만호에 달하는 공급폭탄을 예고했다.  실질적으로 어느정도 물량이 공급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주택이 전국 곳곳에 들어설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국민주거 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윤 정부의 첫 주택공급대책으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270만호(연평균 54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공약(250만호)보다 20만호 많은 물량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50만호를 포함해 수도권에 총 158만호가, 지방은 광역·특별자치시에 52만호 등 총 112만호가 각각 공급된다. 신규택지는 5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88만호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처럼 역대급 물량이 예고되면서 시장 안정화 기대감이 커지는 한편 미분양 관련 우려도 높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1~7월 전국 주택 매매량은 34만9760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64만8260건)의 절반 가까이(46.0%)감소한 수치다. 수도권은 14만565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6.1% 감소했고 지방은 20만9295건으로 36.2% 줄었다. 서울은 총 3만9803건으로 52.5% 감소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공급대책은 최근 3~4년 동안 집값 상승 원인으로 꼽혔던 주택공급 부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번 공급 대책으로 매수세가 회복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집값도 가파르게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난달 29일 기준)은 0.15% 하락했다. 서울(-0.13%)은 지난주(-0.11%)보다 집값이 더 떨어지면서 14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2019년 1월(-0.14%)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서울은 25개구 모두 3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권역별로 보면 집값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했던 서초구(-0.02%)도 하락세를 유지했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 기대감으로 오름세가 지속됐던 용산구(-0.04%)도 3주 연속 집값이 떨어졌다.

인천(-0.26%→-0.29%)과 경기(-0.20%→0.21%)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수도권 전체 낙폭(-0.20%)도 전주(-0.18%)보다 커졌다. 매매시장뿐만 아니라 전세시장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0.15%)은 지난주(-0.03%)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서울(-→0.06%→-0.09%)과 인천(-0.30%→-0.34%), 경기(-0.21%→-0.22%)도 마찬가지다.

신고가 대비 수억원씩 내린 급매물도 쏟아지고 반값에 나온 단지까지 등장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매매가격이 떨어졌다. 연내 추가 금리인상 우려도 크고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반전될만한 요인도 없어 집값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졌고 가파른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수요자들이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저조한 주택거래와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