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정치권·대선주자 반발 심화, 지역민 '여론' 수용
포스코·포항시 지난 25일 지주사 포항 설립 등 전격합의
기업경영 위축 가능성, "정치권 등 경영 개입 명분 제공"
다음 달 2일 지주사 출범, 이사회·주주설득 등 과제 남아

포스코 지주사 포항 이전과 관련 포항 정치계 인사들이 28일 포항시청에서 대시민 공동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희수 경북도의회 부의장,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 이강덕 포항시장,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포스코 지주사 포항 이전과 관련 포항 정치계 인사들이 28일 포항시청에서 대시민 공동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희수 경북도의회 부의장,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 이강덕 포항시장,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포스코그룹이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에 대한 계획이 지역사회와 정치권, 대선 주자들의 반발에 막혀 무산됐다. 그간 정치권은 해당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활용하는 등 공세를 펼쳤다.

결국 포스코는 여론을 의식해 기존 계획을 수정하고 포항시와 지주사 포항 설립에 대한 내용을 전격 합의했다. 포항시장을 비롯한 지역구 정치인들은 28일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포스코 사태로 기업 경영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이 경영상 내린 판단을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뒤집었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 중대 결정에 대해 정치권 등이 지속적으로 개입할 명분을 내줬다는 지적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5일 지주사 소재지를 2023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포항시와 전격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수도권에 설립을 추진하던 미래기술연구원도 포항에 본원을 두게 된다.

포스코 측은 “포스코 지주회사 설립이 주주총회에서 의결된 이후 지역사회에서 회사가 포항을 떠날 것이라는 오해가 지속돼왔다”며 “포스코와 포항시는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3가지 내용을 전격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사항은 ▲포스코홀딩스의 소재지 포항 이전 ▲미래기술연구원을 포항에 설치해 포항 중심의 운영체계를 구축 ▲포항시·포스코·포스코홀딩스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상호협의로 지역상생협력 및 투자사업 진행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전중선 사장 등 포스코 경영진은 이강덕 포항시장과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 강창호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합의안에 서명했다.

당장 포스코가 지주사를 서울이 아닌 포항에 설립하기로 결정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달 28일 임시주주 총회를 통해 지주사를 서울에 두기로 하면서 지역사회와 정치권 반발은 극에 달했다.

이에 포스코는 “지주사 출범으로 지역 세수의 감소와 인력 유출은 전혀 없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반발은 오히려 커졌다. 포스코지주사 포항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중심으로 진행된 서명운동에는 3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여기에 포항·경북의 정치권과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대선 후보들은 지역균형 발전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포항시에 힘을 실었다. 결국 포스코는 여론이 점차 악화함에 따라 결단을 내렸다.

범대위는 당초 이날 예정됐던 총궐기대회를 보류하고, 합의서가 이행되는 날까지 존속하며 필요한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포스코는 다음 달 2일 지주사 출범을 앞둔 상태다.

회사는 지주사 포항 이전을 위한 이사회와 주주들의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았다. 포스코는 이와 관련 이사회와 주주 설득으로 내년 3월까지 지주사의 포항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민영화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이번 포스코 사태가 나쁜 선례로 남게 될 것은 분명하다”며 “정치권에 도넘은 개입이 한 기업의 발전을 막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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