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세제도 '투기수단'으로 전락… "더 안전한 주거제도 모색해야"
정부, 시장안정화 위해 전월세신고제 계도 기간 1년 추가 연장 결정
올 하반기 악용되거나 주거약자에 손해를 끼치 않는 제도 개편 추진
원희룡 "전세제도 자체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 필요… 억지성 없애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전세제도의 현 상황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전세제도의 현 상황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제도 수명이 다했다고 언급한 가운데 관련 제도가 어떻게 개선될지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원 장관은 지난 16일 국토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전세제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는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 한다”며 “전세는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목돈을 빌린 것인데 들어올 사람이 없다고 못 돌려준다, 갚을 생각을 안 한다는 게 황당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갭투자를 조장하고 브로커까지 껴 전세대출을 받는 등 사기범죄가 판을 치게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세제도가 투기수단으로 전락해 세입자 밑천을 위협하는 만큼 더 안전한 주거제도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먼저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해 전월세신고제 계도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전월세신고제는 도입 시점인 2021년 6월 이후 체결된 주택 임대차 계약일 경우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안에 정부에 신고하는 제도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년 더 연장안이 결정된 것이다.

원 장관은 “역전세·깡통전세·전세사기 이런 것들이 엉킨 상황에서 행정력을 임대차 신고제에 쏟기 보다는 임대차시장 전반에 대한 큰 틀의 공사를 어느정도 하고 나서 행정력을 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혼란에 빠진 전세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전세제도 전면 개선 필요성을 공론화해 주거 생태계에 뿌리내릴 수 있는 제도로 바꾸겠다고 예고했다. 올 하반기 악용되거나 주거 약자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전세 제도 개편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도입 이후 꾸준히 논란이었던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신고제) 개정을 포함한 전세 제도 전면 개편 카드를 꺼낼 전망이다. 전세사기 확산과 깡통전세 등 전세 제도의 부작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세 제도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전세보증금 에스크로 계좌(제3자 예치)와 거래소 도입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단편적으로 문제가 생긴 부분을 하나씩 고치는 것보다 큰 틀에서 모든 방안을 종합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부터  국토연구원을 통해 ‘주택 임대차법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다. 용역 기간은 내년 1월까지다. 국토부 내부적으로 전세 제도 개편을 위한 전문가·학계·시장의 의견을 검토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원 장관은 “임대차3법 폐지가 꼭 답은 아니다. 전세 제도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전·월세 전환율이나 임대차 가격, 기간을 맞추는 억지성을 없애야 한다. 보증금 제도나 임대·매매 가격 투명 공개, 관리시스템 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초 불거진 부동산시장 경착륙 우려와 관련해서는 어느정도 해소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원 장관은  “부동산 가격 자체가 당장 상승 반전할 것이란 전망은 시기상조”라며 “3~4개월 내 부동산 시장 충격으로 인한 금융사의 연쇄 위기와 건설사의 유동성 경색 등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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