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다박&] 유아인 ”가끔은 신이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며 게임하고 있다는 상상해“ ③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기사에 ‘지옥’의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됐습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그동안 공개한 작품을 통해 학교 폭력, 계급사회, 군대 부조리, 사이비 종교의 폐해, K-좀비 신드롬, 오컬트 스릴러물까지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소재로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를 구축해왔던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합작한 새로운 웹툰 작품 '지옥'. 실사화된 작품은 넷플릭스 공개 이틀 만에 월드랭킹 1위에 오르며 K-콘텐츠의 저력과 방향성을 제시했다. 드라마 '지옥'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에 ‘지옥’의 풍경이 묘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을 목격한 사람들, 불안과 혼돈에 빠진 사람들은 현실에서의 '지옥'을 직접 만들어간다.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은 죄지은 사람만이 고지를 받으며, 이 모든 현상은 인간을 정의롭게 만들기 위한 '신의 의도'라고 주장한다. 전반부(1~3화)에 출연해 '정진수' 의장 역으로 시청자들을 압도하는 연기를 펼친 배우 유아인과 화상 인터뷰로 만나 작품 촬영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1화에서는 '지옥행 고지와 시연'이라는 설정이 극 내에서 자리 잡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2화부터는 아주 놀라운 사건과 긴장감이 연속되는 가운데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는 것에 중점적으로 몰입해서 촬영했어요. 4화 시작 때부터는 디스토피아 적인 세계에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가까우므로 극 전개에 자연스럽게 따라가면서 시청할 수 있었어요.”

전반부에서 시연과 고지라는 미스터리한 현상에 대한 궁금증이나 공포를 끝까지 강하게 이끌고 갈 수 있었다면 후반부에서는 인간이 지닌 선과 악의 개념이 모호해지면서 '인간성'의 개념이 어느 지점에서는 확장되기도 하고, 위축되면서 '인간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장면이 여럿 나왔다.

유아인은 무종교인지만 유신론자이다. 연상호 감독이 드라마 '지옥'에서 묘사한 '사자'나 '천사'는 그가 생각지도 못했던 이미지다.

"가끔 상상을 해보긴 해요. 혹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모두 신이 게임을 하며 조종하는 시뮬레이션 같은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여기가 천국인 건가. 지옥인 건가.' 하면서요. 종교적인 개념의 '지옥'을 상상하자면 암흑천지에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말하는 존재에 대한 자각만을 가진 상태로 끊임없이 시간이 흘러가서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공간ㆍ상태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새로운 세상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정진수'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대사. '새진리회'를 표현하는 대사. 그리고 '지옥'의 시작을 알리는 대사. 단 한 문장. 유아인은 이 대사를 촬영하며 가장 어려웠던 대사로 꼽았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지만 제 전체 촬영분 중 다시 촬영하고 싶은 장면 1위에 듭니다. 어떻게 들으면 신선하지만, 어떻게 들으면 뒤틀려 있고, 괴물 같기도 한 이 대사의 감정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이것이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작품은 끊임없이 '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것 같아요. 죄인에게만 온다고 믿었지만 후반부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 고지가 왔고 결국 그것은 믿음의 균열을 일으키죠. 거기에서부터 작품에서의 국면전환이 명확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신에 대한 믿음,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 지옥에 대한 믿음, 천사에 대한 믿음 등 이런 믿음에 대한 균열은 '과연 내가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이지', '내가 맹신했던 것이 옳은 것인가', '내가 군중 안에서 밖으로 쏘던 화살이 정당한 것이었나'라는 질문과 함께 인간이 그동안 견고히 쌓아 올렸던 신념과 소신도 흔들리게 한다.

[인터뷰 ④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