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지옥과 마주쳐도 '송소현'과 다르지 않게 행동했을 것
박정민과 따로 촬영했지만 '진짜부부일 수 있겠다' 신뢰감 들어
새진리회 사제 역의 류경수, 책에서 봤을 때보다 카리스마 강해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기사에 ‘지옥’의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됐습니다.

[서울와이어 글렌다박 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지옥’의 4화에선 인큐베이터에 있는 ‘배영재’(박정민)와 ‘송소현’(원진아) 부부의 아기인 ‘튼튼이’(태명)에게 갑자기 천사가 나타나 ‘지옥에 간다’라는 ‘고지’를 한다.

극중 ‘송소현’을 연기한 배우 원진아는 ‘튼튼이’를 살리기 위해 달리며 간절함을 표현했다. 촬영장에 갈 때면 일명 ‘더미’라 불리는 ‘인형’에 진심을 담아 몰입했다. 순간의 집중력이 필요했기에 액션 연기에 못지않게 많은 에너지가 소모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 스틸. '송소현' 역의 배우 원진아.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 스틸. '송소현' 역의 배우 원진아. 사진=넷플릭스 제공

“만약 제가 현실에서 ‘지옥’의 상황과 마주해도 ‘소현’과 다르지 않게 행동했을 것 같아요. 제 일에선 지극히 이성적이지만 작품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가족에게 일어난다면 오히려 이성을 유지하는 게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극중 ‘소현’이가 무언가 멋있거나, 지혜로운 행동을 하지는 않잖아요. 처음 겪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실수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고요. 저는 그래서 ‘소현’이란 캐릭터가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표출했던 것 같아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의 '송소현' 역의 배우 원진아.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의 '송소현' 역의 배우 원진아. 사진=넷플릭스 제공

원진아는 극중 남편인 ‘배영재’ 역의 배우 박정민과 의외로 촬영하는 장면이 적다. 반면 새진리회 사제인 ‘유지’ 역의 배우 류경수와 촬영 장면이 많다. 원진아와 박정민은 극중 부부로 통화하는 장면이 여럿 있지만 둘은 따로 촬영해 서로 얼굴도 보지 못했고, 직접 통화하는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다만 연출자인 연상호 감독은 자주 연기자들의 촬영 장면을 모니터링 해줌으로써 연기자들의 연기에서 현실감을 끌어내는 데 도움을 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 스틸. '배영재' 역의 배우 박정민과 '송소현' 역의 배우 원진아.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 스틸. '배영재' 역의 배우 박정민과 '송소현' 역의 배우 원진아. 사진=넷플릭스 제공

“‘배영재’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다 보면 꼭 어딘가 저런 사람이 있을 것 같은 거예요. 통화하는 장면은 따로 촬영했지만 ‘이 두 사람이 진짜 부부일 수 있겠다’라는 신뢰감이 느껴지는 지점이 분명 있었고요. 같이 촬영을 할 때도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새진리회 사제인 ‘유지’ 역의 류경수 배우는 ‘’유지‘가 이런 캐릭터였나’ 싶을 정도로 책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입체적이고 카리스마가 강하게 느껴졌어요. 마주 보고 대화하며 연기할 때는 저도 모르게 괜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에너지를 뿜으시더라고요. 두 분 다 굉장히 멋진 배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배우 원진아. 사진=유본컴퍼니 제공
배우 원진아. 사진=유본컴퍼니 제공

“‘지옥’은 정답이나 해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세계관을 지녔잖아요. 그만큼 하나의 피드백보다 똑같은 작품을 시청했지만 서로 다른, 수많은 의견과 피드백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 자체가 신기하고 흥미로운 것 같아요. 작품을 사회 모습에 비춘 교훈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저도 작품을 보면서 그랬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글을 봤을 때 괜히 뿌듯하기도 해요. 죽어서 ‘지옥’에 가는 게 아니라 지금 사는 사회가 ’지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건데, 그건 소속된 집단에서 누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바뀌잖아요. 그런데 최소한 제가 ’이기적인 시선‘이나 ’부정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의 '송소현' 역의 배우 원진아.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의 '송소현' 역의 배우 원진아.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렇다. 우리는 모두 어떤 환경이나 의미에서든 어딘가에 소속된 ‘집단’의 인원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그 크고 작은 ‘사회’(집단)에서 개인의 이익을 따지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는 ‘행복’이란 단어와 자연스레 멀어진다. 어쩌면 드라마 ‘지옥’의 캐릭터들처럼 어쩔 수 없이 나의 이익을 위해, 나의 안전을 위해, 나의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악을 쓰며 매달려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렇기에 원진아가 믿는 사회의 필수 요소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정의’다.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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